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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플랫폼별 추천 및 리뷰/티빙 TVING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리뷰

by 드덕 오리 2021.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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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월 tvN 방영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판타지 멜로, 16부작
추천 ★★★


최근 서인국 배우에게 빠져서 뒤늦게 티빙으로 정주행 한 드라마이다. 시청률은 낮았지만, 배우들의 케미와 화제성이 높았던 걸로 기억한다. 왜 시청률이 낮았는지, 배우의 화제성은 왜 높았는지 등에 대해 전체 리뷰보다 연출이나 스토리, 배우별로 나눠서 리뷰를 하면 더 잘 다룰 수 있을 것 같아 세분화하였다.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리뷰와 스포를 포함하고 있다. 멜로드라마를 보는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작은 스포도 용납할 수 없으신 분들은 주의하시길 바란다.


줄거리 및 인물관계
모든 사라지는 것들의 이유이자 존재자체인 멸망(서인국)과 시한부 판정을 받고 술김에 세상 따위 멸망해버리라는 소원을 빈 탁동경(박보영)의 판타지 멜로드라마이다. 그리고 서브 커플로 나지나(신도현)을 둘러싼 새로운 남자 차주익(이수혁)과 지나의 첫사랑 이현규(강태오)의 삼각관계가 드라마의 주를 이룬다.


기획의도
오늘도 기획의도는 짚고 넘어가자. 그래야 드라마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이 드라마는 멸망이라는 존재와 시한부 판정을 받은 동경을 통해,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죽는다면,
당신이 단 100일 밖에 살지 못한다면
당신의 단 하나의 소원은 무엇일까?

말해두건대 이 드라마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드라마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진짜 삶을 살게 되는 두 존재의 이야기다.



연출
이 드라마는 연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권영일 감독은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를 연출한 감독이다. 두 작품 다 봤는데, 어떻게 연출을 해야 설레고 극적일지 그 포인트를 아는 감독인 것 같다. 몇몇 아쉬운 장면도 있지만(예를 들자면,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그 유명한 뮤직뱅크 연출...) 중요한 장면은 굉장히 예쁘게 뽑아내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연출 B팀은 유제원 감독이 맡았는데 유제원 감독은 [고교 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어비스],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등 서인국, 박보영 배우와 인연이 깊은 감독이다.
앞서 말했듯이 권영일 감독은 심쿵포인트를 아는 감독이다. 멜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쿵이다. 시청자들이 심쿵하고 설렐 수 있게 배우를 매력적으로 그려낼 줄 아는 연출과 장면들이 중요하다. 특히 엔딩과 키스신에서 빛을 발하는 그의 연출은 많은 짤을 생성해내며 엔딩 맛집, 키스신 맛집 등의 평가를 받았다. 물론, 여기에는 배우들의 케미와 극적인 대본도 있지만, 연출의 힘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2화 엔딩씬에서 멸망이 담배를 문 채 웃는 장면을 좋아한다. 감독이 멸망이 멋있게 보이도록 영혼을 갈아 연출한게 보인달까. 배우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는 씬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2화 엔딩씬

키스신은 사실 연출도 연출이지만, 두 배우의 케미와 키스장인들의 만남으로 더욱 완벽해진 것 같다. 그렇지만 키스 직전 한숨을 쉬는 멸망의 감정선과 빗속 키스신을 예쁘게 담은 연출도 한몫한다. 이 부분은 꼭 영상으로 보길 바란다. 멸망의 한숨소리와 함께 슬로우로 걸린 장면을 보면 연출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연출해야 시청자들이 심쿵할 수 있는지 감독이 매우 잘 아는 것 같다.

키스 직전 한숨쉬는 멸망
두 키스장인의 만남으로 화제된 6화 빗속 키스신

사실 나는 엔딩이나 키스신보다 배우들의 감정씬을 어떻게 연출하는가를 더 흥미롭게 보는 편이다. (웬만하면 엔딩이나 키스씬은 예쁘게 찍는다.)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는 중요한 감정씬에서 드러나는 연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판타지라는 장르를 적극 활용한 감정씬이 돋보인다. 4화, 13화에 동경을 사랑하게 되며, 동경을 기억하게 되며, 모든 색이 빼앗긴 채 메마른 멸망의 세계가 다시 살아나는 장면은 멸망의 감정 변화를 대변하는 멋진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흑백인 멸망의 세상이 동경으로 인해 색이 물들어지는 장면



작가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작가에 대한 기대와 멸망이라는 특이한 소재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며, tvn의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임메아리 작가는 한국 멜로계의 대부인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 출신으로 유명한데, 2018년 [뷰티 인사이드]를 통해 메인작가로 입봉 하였다. 두 번째 작품인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도 '김은숙 키즈'라 불리는 특성이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말맛나는 대사와 메인 커플과 서브 커플을 나눠서 설정하는 점 등이 그렇다. 개인적으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이러한 특성들이 나에겐 아쉽게 느껴졌다.

티키타카형식의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대사흐름이 매끄럽지 않고 툭툭 끊기는 느낌과 일상적이지 않는 문어체 형식이 낯설게 느껴진다. 주인공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인지되지 못하고, 감정선을 잘 따라가기 어려운 느낌을 줘서 멜로 장르에서 이러한 대화체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더욱이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작품에서 티키타카식의 대화는 더 부자연스럽게 와닿는다.
그리고 메인커플과 서브 커플을 아예 나눠서 극을 진행하는 것 또한 재미를 반감하는 요소로 느껴졌다. 이렇게 되면 메인 커플과 서브 커플이 접점을 갖지 못하고 각 러브라인별 스토리가 따로 진행되어 인물들의 관계성이나 케미를 놓친다고 생각한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도 [태양의 후예], [도깨비], [시크릿가든] 등 메인 커플과 서브 커플이 명확하게 나눠져 있지만, 메인과 서브 커플이 서로 친구 등의 관계나 케미를 가지며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재미 포인트를 제공했다. 그에 비해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극 중에서 멸망과 지나, 현규, 주혁이 서로 만나는 씬이 거의 없다. 주연들끼리의 관계형성이 그냥 버리는 카드로 두기엔 참 아쉽다.

멸망과 동경
지나와 주익

또한,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서브 커플의 매력과 서사가 부족하다. 약간은 뻔하지만 그래도 절절하고 애틋한 메인 커플에 비해 서브 커플의 서사는 매력적이거나 특별하지 않다. 나름 드라마에서 주된 역할로 나오는 나지나(신도현), 차주익(이수혁), 이현규(강태오)의 캐릭터가 큰 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그들의 러브라인은 재밌지도, 궁금하지도 않다. 차라리 서브 커플도 기획의도에 맞게 서사를 설정했으면 여러 방면에서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브커플들의 감정선이 너무 불친절하다. 물론 얼굴은 친절하다.

티키타카식의 대화나 서브커플의 서사 외에도 동경과 멸망의 러브라인이 조금은 뻔하고 기억상실부분에서 질질끈다고 느껴지는 아쉬움 등이 있지만, 진짜로 아쉬운 점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감정선과 계약관계 등 판타지적인 요소가 멜로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쉽고 명확하게 관계 설정을 해줘야 하는데 멸망이 왜 멸망을 원하는지에 대한 과거서사나 배경이 전무한 점, 신과 멸망이 존재하는 세계관의 허술함, 소원과 죽음에 대한 복잡한 관계와 불친절한 설명이 멸망과 동경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을 방해한다. 아마 이러한 점 때문에 시청률이 낮아진 게 아닐까 싶다.

대본에 대한 비판적인 면을 언급했지만 사실 이 드라마를 애정하기에 아쉬운 마음 또한 큰 것이다.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스토리라인이 깔끔하고, 잔인한 운명과 진실된 이해로 절절한 서사를 그려내는 멸망과 동경의 사랑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시한부 동경과 멸망의 얘기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삶에 필요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따뜻한 말과 극적인 엔딩 장면들이 마음을 흔들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6화 엔딩씬을 가장 좋아한다.

"우산 없어?"  "있으면 여기 안이러고 있지"  "나도 없는데"  "알아"
"뭔 놈의 인생이 맨날 비고, 비가 와도 우산하나 없고"
"뛸래?"
"거봐, 비 별거 아니지? 너만 우산 없어도 별거 아니야. 그냥 맞으면 돼. 맞고 뛰어오면 금방 집이야"

지친 퇴근길, 우산하나 없이 비가 내리는 하늘을 보며 동경은 인생을 한탄한다. 그런 동경에게 멸망은 우산을 씌워주는 대신, 동경의 손을 잡고 비를 맞으며 뛰어간다. 그리고 동경에게 "거봐, 비 별거 아니지? 너만 우산 없어도 별거 아니야. 그냥 맞으면 돼. 맞고 뛰어오면 금방 집이야" 라며 동경을 위로한다. 비가 올 때 그냥 비 맞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멸망의 대사가 동경뿐 아니라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된 장면이다.

이외에도 예상치 못한 대사와 의외의 씬들로 소소한 재미를 준 씬들이 꽤 있다. 전반적인 흐름은 멜로 드라마의 정석이지만, 그 흐름을 메꿔가는 과정에 아이러니하게 클리셰를 깨는 신선한 장면들이 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장점이다.


p.s. 임메아리 작가는 전작도 그렇고 이번 멸망도 그렇고, 감정이 없는 듯 메마른 성격에 상처를 지녔지만 겉으로는 다 가진듯한 멋진 남자 주인공을 추구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큰 매력을 못느끼겠다. 과몰입을 해야만 멋있어 보이는 그런 캐릭터랄까. 약간 오글거리기도 하고 요즘 시대에 맞는 남주상은 아닌 것 같다. (뷰티인사이드의 이민기도, 멸망의 서인국도 모두 다른 생동적인 역할에서 훨씬 매력있었다고 생각한다.)



배우
사실 이 드라마는 서인국과 박보영의 케미만으로 만점을 줘야하는 드라마다. 멜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도 아니고 연출도 아니고 두 주인공의 케미다. 서인국과 박보영은 흔히들 닉 주디 케미라고 부르는 여우상과 토끼상의 완벽한 조합으로, 최근 본 드라마 중에 가장 케미가 좋은 커플인 것 같다.

닉주디 실사판...완벽한 케미에 박수를 보낸다.

둘의 케미에 신나서 주접을 좀 떨어보자면, 멸망과 동경은 얼굴 케미 뿐 아니라 피지컬, 성격 케미까지 좋다. 박보영 배우는 158cm, 서인국 배우는 180cm로 피지컬 차이만 봐도 설레는 조합이다. 거기다 극 중 서늘하면서도 능청스러운 멸망과 그에 지지 않는 성격의 동경이 만나 스파크 튀는 씬을 만들어내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멸망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동경과 사라지는 것을 사랑하며 성장하는 멸망의 서사도 나름 애틋하다. 하지만 사실 대본에 비해 둘의 케미가 아까울 정도라,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앉아있어도 느껴지는 덩치차이. 얼굴+피지컬+대사 케미까지 완벽한 짤.

무엇보다도 두 배우의 케미는 연기력에서 빛난다. 멸망과 동경의 복잡한 계약관계 속에 불친절한 감정선을 따라가기 벅차다가도 두 배우의 감정씬이 대본의 미흡함을 멱살잡고 끌고가는 불굴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사실 박보영 배우는 지금까지 귀엽고 밝은 역할을 주로 해와서 이렇게 감정연기를 잘 하는 줄 몰랐다. 이번 동경 역을 통해, 박보영 배우가 얼마나 세심한 감정연기가 가능하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인지 알게 되었다. 시한부의 삶과 멸망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 더이상 참지못하고 터져나오는 오열씬 등을 너무나 멋지게 소화했다.

10화 처음으로 감정을 쏟아내는 동경

두 배우의 연기짤만 계속 올리고 싶을 만큼 둘다 연기를 너무 잘했다. 서인국 배우는 개인적으로 감정 연기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배우이다. 멸망 캐릭터가 감정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서늘함과 쓸쓸함을 가진 인물로, 동경을 사랑하게 되며 일어나는 섬세한 감정의 변화들을 표현해야하는 어려운 역할인데, 아주 잘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13화 엔딩씬에서 동경을 안을때의 그 미묘한 표정변화는 정말 좋았다.

같은 옷, 전혀 다른 표정의 멸망.
자꾸 언급해서 질려도 레전드는 레전드. 빗 속 키스신 멸망의 감정연기
13화 엔딩, 서로를 기억해낸 멸망과 동경




결론
시청률이 작품전체를 대변할 순 없지만, 자체 최고 시청률(2회 4.4%)로 시작하여 최저 시청률(16회 2.3%)로 막을 내린 것에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작품이다. 앞서 말한 대본상의 미흡함 등이 그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가슴에 와닿는 대사와 배우의 완벽한 케미, 심쿵할만한 예쁜 연출이 단지 시청률로 평가되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티키타카식의 말맛나는 화법을 좋아하고, 멜로드라마를 애정 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과몰입할만한 괜찮은 멜로드라마다. 평소 (판타지) 멜로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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