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7 NETFLIX 공개
오징어 게임
드라마 , 9부작
추천 ★☆
[D.P.]의 흥행으로 더욱 기대를 모은 작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금요일 공개되었다. 사실 보면서도 이걸 계속 봐야 하나 고민하며 몇 번이고 멈췄다가 리뷰를 쓰기 위해 끝까지 봤다. 그리고 그 결과, 별점을 보면 알겠지만 비추천에 속하는 작품이다. 홍보나 사람들의 기대보다 더 이하인 작품인 것만은 확실하다. (※스포있음)
기본정보
주연 : 이정재, 박해수, 오영수, 위하준
방영 : NETFLIX 2021.09.17 (9부작) / 넷플릭스 시청 가능
연출 : 황동혁(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도굴)
각본 : 황동혁
줄거리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 부인과 이혼하고 홀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기훈(이정재)은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어머니를 위해 게임에 참가한다. 기훈의 동네 아는 동생인 상우(박해수)는 서울대 출신에 잘 나가는 금융권 사람이었지만 감당 못할 빚을 지고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이렇게 각자의 다양한 이유로 절실함을 가지고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개인적인 리뷰
일단 그냥 재미가 없다. 항상 말하지만 드라마 1화는 웬만하면 재밌는데 [오징어 게임]은 1화부터 너무 지루하다. 뻔한 설정과 전개에 신선한 장면이 없다. 진짜 알맹이는 없고 겉만 그럴듯하게 만든 드라마라는 느낌이 든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의 전작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릴 정도이다.(물론 가장 최근작 '도굴'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만약 심오한 뜻과 숨겨둔 의미와 장치가 있는데 내가 발견을 못한 거라면, 유의미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으나 결국 시청자들에게 그 뜻이 닿지 못했다는 것이니까 그거대로 좋은 작품은 아닌듯하다. 전반적으로 찝찝하고 그래서 뭐 어쩌란 건가 싶은 드라마이다. 어떤 의미를 주는 것도, 통쾌한 결말도 아니고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
연출
연출이 정말 기대이하다. 특히 동화 같은 색감과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어른들의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으로 만든 점이 그렇다. 어떤 느낌을 주고 싶었는지는 알겠다. 피에로나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이 오히려 공포영화에서 무섭게 쓰이는 것처럼, 알록달록한 아이들의 놀이터 같은 공간에 돈을 위해 목숨 거는 어른들의 모습을 대비적으로 극대화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특별히 기괴해 보이지도 그렇다고 대단한 충격처럼 다가오지도 않는다. 나름 비장의 무기였을텐데 실상은 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 요소로 전락했다. 그런 요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감독의 역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음악도 이해가 전혀 안가는 수준이다. 1화에 생존이 달린 게임이라는 걸 참가자들이 알게 되는 순간 갑자기 'Fly Me To The Moon'이 깔리는데 엥? 싶었다. 앞뒤 개연성 다 잘라먹고 뜬금없이 나오는 노래에 뭐라고 형용할 수가 없다. 마지막에 프런트맨의 정체가 밝혀지고 나서 이 음악이 한번 더 나오는데, 도통 무슨 의미인지 장면의 전달이 전혀 안된다. 음악과 장면이 어우러져 어떠한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거였다면, 아주 큰 실패라고 말하고 싶다.
캐릭터 설정과 대립관계_'사람을 아직도 믿나?'
여러 인간 군상이 등장하지만, 결국 기훈(이정재)과 일남(오영수) 할아버지의 대립관계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오징어 게임]은 서바이벌 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믿음과 최소한의 인간성을 저버리지 않은 기훈과 돈이 너무 많아서 인생이 무료하다는 이유로 재미 삼아 사람들을 죽이는 서바이벌을 만든 일남 할아버지의 대립구도가 형성된다. 이 둘의 대립은 9화에서 '길가에 쓰러진 노숙자를 도와준다 vs아무도 안 도와준다'의 대결로 대표된다. 일남 할아버지는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대물림되며 제2의, 제3의 일남 할아버지가 끊임없이 이어진다.(마지막 장면에 다시 공유가 등장하고, 게임은 또 시작된다.) 그들은 죽는 순간까지 인간에게 인간다움을 바라지도 않고 그 누구도 노숙자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믿는다. 노숙자를 도와주는 누군가가 나타나지만 일남은 그걸 알지 못한 채(어쩌면 인정하지 않은 채) 죽는다.
그들이 주장하는 인간의 존엄성의 파괴는 대사에도 드러난다. 왜 게임을 하냐는 기훈의 말에 일남 할아버지는 강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진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선택권을 주었고, 너희들이 돈에 미쳐 인간성을 상실한 본모습을 드러낸 것뿐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게임의 주최자는 겉으로는 선택의 여지를 주는 듯 하지만 사실 모든 것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그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죽이고 싸우도록 유도한다.
인간은 물론 존엄한 존재이지만, 쉽게 대중과 사회에 휩쓸리기도 한다. 연대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믿는 것이다. 믿을만해서가 아니라 믿고 의지해 나가야 하므로. 아마도 기훈의 캐릭터를 통해 일남에게 반기를 들고, 재미와 유희를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그들에게 인간의 가치와 연대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 생각한다.
각본의 개연성과 논리적 허점
전체적인 설정 오류가 난무한다. 서바이벌 장르는 살아남을지 아닐지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게 필수적인데 그런 극적인 게임이 어린이들의 놀이로 진행되며 우스워진다. 게다가 1명만 살아남는 게임 특성상 기훈(이정재)이 결국 우승한다는 건 너무나 예측가능한 전개이다. 그 과정에 변수나 반전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무 심심하게 느껴진다.
그런데다 너무 쉽게 죽어나가는 사람들 또한 서바이벌의 긴장 요소가 아닌 그냥 지나가는 행인 정도의 존재감과 의미로 전락한다. 이 점이 특히 아쉽다. [오징어 게임]은 한 두 명도 아니고 수백 명의 사람들을 너무 가볍게 다룬다. 이는 여타 서바이벌 장르의 다른 영화들과 너무나 비교되는 지점이다. 한 명 한 명의 죽음이 엄청난 무게감이고 죄책감으로 극의 무게를 더하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오징어 게임] 속 서바이벌 참가자들은 너무나 가볍다. 이게 무슨 좀비물이나 재난물도 아닌데 수백명의 사람들이 총에 맞아 너무 쉽게 죽는다. 그들은 그저 주인공의 생존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일 뿐이다. 의미 없는 폭력과 죽음이 난무한다.
캐릭터의 설정 또한 개연성이 없다. 물론 위에서 말한대로 그 의도는 알겠으나, 기훈(이정재)의 캐릭터 설정이 그런 인간성을 대표하기에 어떠한 서사를 가졌는가에 대해서는 역시나 의문점이 남는다. 일남이 과거 기억때문에 그런 끔찍한 서바이벌을 벌였다는 것도 사실 이해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하려는 이야기와 캐릭터 설정은 알겠으나, 캐릭터 설정에 있어 어설픈 허점이 너무많다.
그리고 결말을 보면 그 드라마의 주제의식이 더욱 분명해지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은 결말을 보면 하고 싶은 얘기가 대체 뭔지를 모르겠다.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이기심과 도덕적 딜레마를 말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에피소드에서 다루는 수많은 폭력, 배신, 범죄, 욕망으로 뒤덮인 추악하고 역겨운 인간들의 실체를 고발하고 싶은건지 인간의 비인간성,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을 믿고 연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지. 어쩌면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고 싶었던 걸 수 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드라마의 방향성이나 주제의식이 정리가 잘 안된 것 같고, 그게 9화 결말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감독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
이런 개연성의 허점과 부실한 작품 논리는 결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래서 경찰 준호(위하준)는 진짜 그렇게 허망하게 죽은 건지, 준호가 보낸 영상과 증거는 경찰에 넘어간건지, 준호가 발견한 폭탄 떡밥은 사라졌고, 준호의 형(이병헌)은 왜 거기서 프런트맨을 하고 있는 건지, 상우(박해수)는 무슨 선물을 샀고 어떤 사연이 있는 건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게임의 창시자라면 평등한 세상이니 뭐니 그건 또 어디서 나온 논리며, 이정재는 왜 마지막에 빨간 머리로 염색을 한 것인지. 이런 의문점을 되짚어 볼수록 공감과 이해는 점점 떨어진다. 거기다 감시자 역할의 수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모은 거며,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며, 어떻게 한 명의 배신자도 없이 지금까지 그 일을 해온 건지 논리적 허점이 수 만 가지쯤 된다.
시즌2를 염두에 둔 것인지 몰라도 시즌2는 안 나올 것 같다. 작품 반응도 호불호가 갈리고, 시즌2로 간다고 해서 풀릴만한 탄탄한 각본과 떡밥도 없는 듯하다. 그동안 돈 앞에서 인간의 이기심, 폭력성 등을 다룬 작품은 많았다. 갇힌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서바이벌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고찰을 다룬 작품도 꽤 많다. [오징어 게임]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경계에 있는 작품이다. 인간 본성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도 없고, 드라마틱한 재미와 극적 요소도 없다. 뛰어난 작품성도, 대중적인 재미도 없는 드라마란 소리다. 단지 자극을 위한 불쾌한 장면과 역겨운 인간 모습의 연속이며, 그것으로 인해 어떠한 유의미한 결과도 얻지 못했으니 결국 빈 껍데기 작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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