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 색깔을 활용한 연출>
최근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특히나 예쁜 연출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데, 유독 눈에 띄는 연출이 있다. 바로, '상징 색깔'을 활용한 연출이다. 극 중에서 백이진(남주혁)은 파랑으로, 나희도(김태리)는 빨강으로 대표된다. 이러한 상징 색깔을 알면, 드라마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그럼, 둘의 상징 색깔을 통해 이진과 희도의 러브라인 연출에 대해 살펴보자.
1. 희도 = 빨강 red
희도를 상징하는 색깔은 빨간색이다. 빨강은 주로 강렬한 색으로 인지되며, 생명, 열정, 사랑, 여름을 상징한다. 역동적이고 발랄하고 활달한 희도의 성격과도 들어맞는다. 단순하고 긍정적이며 에너지 넘치는 희도는 쨍한 빨강, 뜨거운 여름과 어울린다. 무엇보다 희도는 펜싱에 대한 열정과 꿈을 가진 인물이다.
즉, 희도의 꿈, 열정, 에너지, 젊음, 패기는 곧 빨간색으로 대표된다.
2. 이진 = 파랑 blue
반면, 이진을 상징하는 색깔은 파란색이다. 바다, 물, 하늘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파란색은 주로 차분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파란색은 이성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진실, 믿음, 신뢰를 뜻하기도 한다. 이러한 파란색은 IMF 이후 말간 얼굴에 그늘이 진 듯한 이진을 상징한다.
늘 밝고 유쾌한 희도와 달리 이진은 이성적이고, 차분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지닌 인물이다. 파란색은 그런 이진의 성격을 상징하는 색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미성년자인 희도에게 어른으로서 조언하고 이끌어주는 어른, 믿음, 신뢰를 상징하기도 한다.
3. 이진에게 필요한 건 빨간 색깔의 희도
이진에게 희도는 '돌아가고 싶은 열여덟의 나'이다.
이진은 IMF로 집안이 망하기 전, 부유한 집에 좋은 대학을 다니는 인기남이었다. 이진에게 IMF 전 열여덟의 자신은 지금의 희도처럼 꿈과 열정이 있던, 큰 걱정 없이 밝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예전의 이진을 대표하는 건 빨간 스포츠카다.
하지만 IMF 이후, 가족과도 흩어진 채 홀로 힘들게 생계를 유지하는 이진은 꿈도 포기하고, 행복도 포기하고 사는 인물이다. 그런 이진에게 희도는 열여덟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해맑음이며, 절실히 돌아가고 싶은 행복이다.
2화 中
이진) 난 네가 뭘 함부로 해서 좋아. 널 보면 내 생각이 나. 열여덟의 나 같아.
희도) 돌아가고 싶어?
이진) 절실히.
희도는 이진이 잃어버린 순수함, 장난기 넘치는 아이 같은 모습들을 끄집어낸다. 그렇기에 이진은 희도와 같이 있으면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낀다. 게다가 희도는 불행한 이진에게 행복하자고 손 내미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즉, 이진에게 희도는 잃어버린 꿈이자 열정, 철없던 어린날,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 행복과 같다. 결국 이진이 사랑한 것은 빨간색의 희도이다.
꿈과 열정을 가진 채 늘 밝고 에너지 넘치는 빨간색의 희도는 우울하고 불행한 삶을 사는 파란색의 이진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4. 희도에게 필요한 건 파란 색깔의 이진
희도에게 이진은 '자신을 믿어주는 어른'이자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인물이다.
열여덟의 희도에게는 펜싱이 전부이다. 희도는 고유림의 라이벌이 되는 것이 꿈이고,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열정으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런 희도의 곁에는 자신의 열정을 무시하는 엄마와 자신의 노력을 무시하는 고유림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진은 유일하게 희도의 편에 서는 인물이다. 이진은 선수로서 희도를 존중해주며, 희도의 열정과 꿈, 노력에 대해 진심어린 응원과 칭찬을 보낸다.
이진) 넌 좀 뻔해. 잘할 게 보여. 넌 모르겠지만.
이진) 너는 너 말고도 다른 사람을 자라게 해. 내 응원은 그런 너에게 보내는 찬사야. 그러니까 마음껏 가져.
즉, 희도가 사랑한 것은 파란색의 이진이다. 희도에게 이진은 자신을 폄하하고 무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진심 어린 응원과 믿음을 주는 어른이자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다.
열정은 가득하지만 인정을 받지 못하는 희도에게 파란색의 이진은 꼭 필요한 존재이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5. 서로에게 물든 이진과 희도
서로에 대한 이성적인 호감을 상징한 '그린라이트' 장면 이후, 이진이 사라지면서 둘의 러브라인이 본격화된다. 이진과 희도의 애틋한 감정선은 색감 연출로 표현된다.
희도는 파란색에 물들며 이진을 그리워하고, 이진은 희도를 상징하는 빨간색에 물들며 희도를 그리워한다.
- 빨간 가방을 매고 파란 대문 앞에서 이진을 찾는 희도
- 펜싱 칼 안쪽에 칠할 색깔로 '파란색'이 좋다고 말하는 희도. 그리고 희도에게 파란색으로 칠한 칼을 주고 떠난 이진.
- 빨간색 공중 전화 부스에서 희도의 메시지를 듣는 이진
- 파란색 공중 전화 부스에서 이진의 메시지를 듣는 희도
- 상상 속, 빨간 등대를 향해 뛰어가는 이진
- 붉은 시위 행렬 속 희도를 발견한 이진
- 이진에게 흘러들어오는 붉은 물결
- 희도에게서 이진으로 흘러가는 붉은 물결
6. 번외 : 청춘, 그린라이트 연출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정지현 감독은 전작 [너는 나의 봄]에서도 색감으로 상황이나 인물을 상징하는 연출을 선보인 적 있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빨강의 희도&파랑의 이진 외에 다양한 색감 연출을 보여준다.
그 중 가장 큰 화제가 됐던 것은 일명 '그린라이트' 연출이다. 희도와 이진이 본격적으로 서로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는 장면이다. 이를 점수판에 들어오는 그린라이트에 빚대어 연출했다.
그리고 청춘물 드라마답게, 푸르른 교정이나 자연을 배경으로 '청춘'을 상징하는 연출도 많다. 청춘은 푸르른 초록색으로 대표된다.
이렇게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상징적인 색깔을 활용한 연출에 대해서 알아봤다. 이런 디테일한 연출은 나 같은 드라마 덕후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 같다. 이 드라마에 돌아버릴 수 있게 만드는 화룡점정 같은 요소랄까?
여러분들도 앞으로 이런 작지만 재밌는 연출 요소들을 찾아본다면,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더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한다. 현재 6화까지의 연출 요소를 담았는데,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더 추가되는 상징 색깔 연출이 있다면 추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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