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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드라마 성공 = 화제성 vs 시청률

by 드덕 오리 2021.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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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말하길 이젠 tv의 시대가 지났다고 한다. tv 이외에도 다양한 영상 시청 플랫폼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간을 tv에 맞추며 본방을 보던 사람들은 이젠 다양한 ott플랫폼을 통해 영상을 자신의 시간에 맞게, 짧게, 마음대로 시청한다.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 시청률은 예전처럼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5%내외 시청률을 기록하고, 이젠 10%를 넘으면 대박이라고 한다. 한때 평균 20~30%에서 최고 40~50%까지 나왔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것들이 바뀌는구나 싶다. 나의 성장기 시절, tv 드라마에 목숨을 걸던 그때, 2000~2010년대를 생각하면 아직 이런 변화들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시청률과 자본

 kbs, sbs, mbc 3사가 주를 이루던 예전과 달리 종편과 더불어 다양한 채널이 생겨나면서 드라마 방영에도 많은 것들이 변화되었다. 공급이 다양해진 만큼 수요는 분산되기 마련이다. 분산되는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드라마 방송시간은 크게 변화했다. 항상 월화, 수목, 주말드라마로 분리되어 밤10시에 방영되던 드라마들이 9시, 10시 20분, 11시 등 경쟁을 피해 다양한 시간대로 변화되었고, 금토드라마가 생겼으며, 일주일에 한번만 하는 드라마도 생겼다. (물론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청률이 아닌 제작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주 1회 방영을 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드라마를 볼 때, 방송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당연히 10시겠거니 하다가 첫방을 놓친 드라마들이 꽤 있었다.)

 두 번째 변화는 광고다. 전체적으로 tv 시청률이 낮아지며, 예전과 같은 금전적이익을 얻지 못하는 방송사들이 이젠 하다못해 드라마 중간에 광고를 넣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맘에 안든다. 특히, kbs는 국민의 수신료를 받으면서 광고를 넣다니... 가장 배신감이 크다.) 처음에는 흐름이 끊긴다며 욕도 많이 먹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시스템에 익숙해져 버렸다. ppl 또한 그렇다. 자꾸 라떼같지만, 예전에는 ppl이 거의 없었으며, 화젯거리가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젠 드라마에서 ppl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기도, 작품 전체가 호평을 받기도 한다. ppl이 드라마 제작 자본에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방송사에서 전폭 지원하는 드라마는 거의 없다.)

 더 퀄리티 높은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있어 자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자꾸 예전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ott플랫폼의 역습

 내 기억으론 2013~15년도 즈음 ott플랫폼의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유튜브를 했고, 넷플릭스를 보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도 옥수수 등 ott플랫폼이 생겨났다. 모두 자신의 취향대로, 자신의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해외 드라마부터 예전 드라마, 오리지널 드라마까지 내 맘대로 내 시간대에 맞춰 다 볼 수 있다.

 거기다 [킹덤]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으며, 오히려 tv에서 하지 못한 퀄리티 높은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퍼졌다. 그 이후로 넷플릭스에서는 더 많은 한국 작품들을 만들었고, 2021년 이제는 넷플릭스에서 한국이 아시아 마케팅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성공을 눈앞에서 본 다른 ott플랫폼들도 하나둘씩 오리지널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했고, 최근 티빙 오리지널 작품도 생기고 웨이브도 단독 지원 등을 앞세워 드라마 제작에 힘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tv시청률은 낮아진다. 사람들은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다시보기를 할 수 있으며, 짧게 만들어진 하이라이트 영상만 보기도 한다. ott플랫폼이 tv보다 더 대중화되는 세대가 시작된 것이다. ott플랫폼의 대전쟁 시대이자, 새로운 미디어의 시대가 열렸다.

 

 

#시청률과 화제성의 상관관계

 tv채널은 많아지고, 시청률은 낮아지고, 시청자들의 취향은 다양해졌으며, ott플랫폼은 대중화되어간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드라마의 흥패는 여전히 시청률이지만 화제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동일하던 00~10년대와 달리, 2010년 중후반~2020년대에는 시청률은 낮은데 화제성은 높은 기이한 현상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시청률은 꽤 나오는데 화제성은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ott플랫폼에 익숙하고 자유로운 1020, 2030 연령층에서 두드러진다. 그들은 본방보다 재방송(다시보기)에 익숙하며, 짤에 익숙하다. 그들은 활자보다 영상이 익숙하고, 드라마 전체를 보는 것보다 짤로 보는 게 더 편하다. 그러다 보니 tv편성에 맞춰 기다리며 드라마를 보기보다 드라마가 끝난 뒤 짧은 클립 영상, 누군가가 써놓은 요약글을 본다. 시청률은 낮은데 온라인 상에서는 많이 회자되며 특정 짤이나 장면 등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물론 소위 '대박'을 치는 드라마는 시청률도 높고 화제성도 높다. 그러나 시청률과 화제성의 100%의 상관관계가 약해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방송국별 드라마 스타일

 화제성과 시청률 모두를 잡기 위해서는 명작도 중요하지만 분위기(컨셉)도 중요하다. 흔히 얘기하는 '스토리텔링'의 시대, '컨셉'의 시대이다. 방송가에도 그런 흐름과 분위기가 있다. tvn은 새로운 시도와 명작이 많다는 이미지로 어린 연령층에게 인기가 많고, 한때 드라마왕국이던 mbc는 매해 화제작이 없어 고민한다. ocn은 장르물의 명가로 믿고 보는 팬층이 두텁다. kbs는 유치하지만 전 연령대와 가족들이 보기 좋은 따뜻한 작품들이 많다. 어느 방송사에서 하는지는 곧 드라마의 분위기나 흐름을 알려주곤 한다. 실제로 각 방송사마다 고유의 느낌과 연출 등이 존재한다. tvn은 젊은층에게 인기 있는 웹툰 원작 드라마나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고, 해외 수출에도 주력하며 젊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sbs는 금토드라마 시청률이 10% 아래를 기록한 적 없다. sbs에서 하는 작품들, 특히 금토드라마는 작품성과 화제성이 좋다는 이미지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렇듯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잘 구축해 나가야 한다. 최근 이런 시대흐름과 달리 욕심에 치중한 사례도 있다. cj계열의 방송채널이다. ocn은 장르물의 명가라고 불리며 자신들만의 확고한 정체성을 구축해 왔지만 최근 tvn과 ocn을 가지고 있는 cj에서 tvn을 밀어주며 ocn은 tvn에게 장르물 드라마를 뺏기고 있다. (최근 [보이스4]가 ocn이 아닌 tvn에서 방영되었고, ocn 드라마로 제작되는 [아일랜드]도 tvn으로 편성이 바뀌었다.) 아마도 cj는 tvn을 드라마의 왕국으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듯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각 방송사마다 고유한 스타일이 있는 법이고, 그런걸 떠나 모든 걸 다 잘하고 싶은 건 욕심에 불과하다. 헛짓하지 말고 현재 중국 자본으로 논란이 많은 tvn의 이미지 회복이나 신경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돈이 중요한건 알겠지만 중국 자본 좀 어떻게 해봐... 중국 드라마니?)

어찌 됐든, 나는 그저 일개 드라마 덕후로서 모두가 더 좋은 작품으로 각자의 스타일을 찾아 잘 살아남기를 응원한다. 

 

 

#앞으로의 드라마

 인터넷의 발달로 드라마를 방영하는 곳은 다양해졌다. tv 외에도 웹드라마, ott플랫폼의 오리지널 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며 흥행에 성공했다. tv만 보던 시청자들은 이젠 tv앞을 떠나 컴퓨터 앞에 앉는다. tv 드라마들 또한 앞다퉈 ott플랫폼에 판권을 팔기도 하고, 웹드라마가 tv로 넘어오기도 하며 다양한 방식의 드라마가 시도된다. 

 미국은 이미 넷플릭스가 굉장히 대중화되어 있고, 우리도 그 뒤를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디지니 플러스의 한국 론칭도 큰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만큼 우리가 ott플랫폼에 익숙해졌고, 대중화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ott플랫폼 드라마의 시대가 열린다. 지금보다 더 많이, 더 대중적으로 확산 될 것이다. tv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드라마 시장의 파이를 독점하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을 것이다. 이젠 ott라는 강자의 등장으로 파이가 점점 작아지겠지만,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잘 구축해서 좋은 드라마를 많이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ott플랫폼에서도 활발한 지원과 상승 분위기를 발판 삼아 더 다양하고 퀄리티 있는 신선한 작품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p.s. 최근 노동법과 제작환경의 개선 등으로 사전 제작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다. ott플랫폼이야 원래 사전 제작 후 전체 공개를 하고 있지만, tv 드라마도 거의 사전 제작으로 돌아서고 있다. 앞으로 완전히 사전 제작 드라마 체제로 바뀔 것 같다. 가끔은 계절도 안 맞고, 촬영소식을 들은 드라마 팬으로서 기다림이 너무 길지만 더 좋은 퀄리티와 드라마 스탭분들의 노동환경을 위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좋은 변화는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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